화물연대 파업 이유 정리, 안전운임제 폐지와 일몰제 의미

올해 화물연대 파업 일정이 반복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여러 국제 이슈로 인플레이션을 겪으면서 시장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 화물연대파업으로 기름을 붓는 격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화물연대 파업이 진행되는 이유와 함께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안전 운임제, 일몰제 의미에 대해서 쉽게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화물연대 파업 히스토리

원래 화물차는 그냥 등록제로 운영되었습니다. 즉, 대형 운송면허를 취득 후 등록만하면 누구나 운송이 가능하였습니다. 하지만 고도 경제성장기를 지나면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오게 됩니다. 

 

예를 들면 운반해야 할 화물은 화물차 10대 분인데 시장에 화물차는 12대가 대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즉, 화물차 2대는 일없이 놀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화물차

문제는 화물차 시장은 무한경쟁시장에 가깝기때문에 딱 단 한대만 노는 상황이 벌어져도 화물운송 가격은 끝없이 내려갑니다. 하루 일없이 공치느니 금액을 깎아서라도 화물운송을 해야 차량 유지비를 부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03년 이러한 문제가 심각해지고 결국 운송대란이 오게됩니다.

 

이때 정부와 합의해서 진행된 정책이 화물차 허가제입니다. 이 시점부터 아무나 등록해서 화물을 운송하지 못하고 번호판을 받아야 하는 것으로 변화되었습니다. 화물차의 총량. 즉 공급을 정부에서 제한해준 겁니다.

 

대신 이 면허를 무기화할 수 없도록 업무개시 명령을 도입합니다. 화물운송은 자영업이지만 국가가 나서서 보호해 주고 있으니 그걸 이용해서 국가를 상대로 협박을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물론 유가 보조제 등 보완책도 함께 마련하여 모두가 동의할만한 수준으로 정책이 진행되었습니다.

 

 

 

화물수요는 시기에 따라 꽤 많이 변화하는 시장입니다. 예를 들면 택배물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해서 한때 택배차가 금값일 때도 있었고, 화물차도 경기에 따라 일감이 변동합니다.

 

경기가 좋아서 운송량이 많을 때는 월에 수천만 원 이상 벌어가는 경우도 있고, 운송량이 없는 경우에는 화물차 유지비도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레미콘도 건설경기를 많이 타서 좋을 때와 나쁠 때가 극명하게 나눠집니다. 사실 모든 자영업이 마찬가지입니다.

 

경기가 좋을 때는 상관없지만 경기가 어려울 때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화물운전사 강씨의 경우 생각합니다. '아 3월에 우리 아들 등록금을 내려면 돈을 좀 더 벌어야겠구나' 그래서 일 끝나고 쉬는 대신 야간 운행을 한건 더 진행하게 됩니다. 수면부족과 피로를 감당하면서 말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방식을 반복하다가 큰 사고로 이어지게 됩니다.

 

지금도 자가용 고속도로 안전운행의 기본원칙 중 하나는 화물차 근처에 있지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앞의 화물차 운전자가 몇 시간째 연속운전 중인지 잠들었는지 아닌지 언제 잘못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20년 문재인 정부는 '안전운임제'를 도입합니다.

 

 

 

안전운임제 도입

화물운전자를 위한 최저임금제도

안전운임제는 쉽게 요약하자면 국가가 화물 운송비의 정해진 최소 요금을 책정하여 공표하는 제도입니다. 국가에서 이렇게 최저한도를 설정하고 강제한 이유는 화물노동자의 경쟁이 치열하여 스스로 운송비를 할인하며, 그렇게 줄어든 수입을 보완하기 위하여 과적, 과속을 하는 행태를 근절하기 위해서입니다.

 

2017년부터 최저임금이 크게 인상되기 시작하였는데 이때부터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갑니다. 일감이 없으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나 화물운송을 하나 소득 차이가 별로 나지 않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종의 최저임금제를 자유경제시장인 화물운송시장에 도입해준 것입니다. 

 

정부에서 화물차 운행의 소득을 충분히 보전해 줄 테니 과적이나 과속, 무리한 장시간 운전을 하지 마라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이 정책은 3년짜리 일몰제 사업이었습니다. 즉 선심성 사업인 것입니다.

일몰제 정책이란?
일몰제(Sunset Law), 시간이 지나면 해가 지듯이 법률이나 각종 규제의 효력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없어지도록 하는 제도

안전운임제 유효기간
2020년 1월 1일 ~ 2022년 12월 31일

안전운임제 도입의 결과 컨테이너 차주는 순소득은 대략 25% 정도 늘어났고 시멘트 차주는 거의 100% 늘어 두배가 되었습니다. 또한 운송시간은 5 ~ 10% 감소하였습니다.

 

즉, 더 적게 일하면서 많이 벌게 되었습니다. 아주 직접적인 꿀 정책이 된 것입니다.

 

하지만 이 정책의 이름의 '안전'운임제인 것을 잊으면 안 됩니다. 이 사업이 진행되는 이유는 무리한 화물운송을 근절하여 국민의 안전을 지키려는 의도입니다.

 

그렇다면 사고 통계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안전운임제 시행기간 교통사고 통계
▶ 전체 교통사고 : 12% 감소
▶ 화물차 교통사고 : 8% 증가 (690건 → 745건)
▶ 사망자 : 42% 증가 (21명 → 30명)

 

정책효과성 분석 관점에서는 실패한 정책입니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한 목적이 안전운행을 위한 건데 화물차 운송업의 소득만 늘려주고 교통사고는 오히려 증가하였습니다. 화물차 사고가 더 늘어난 이유를 추측해보자면 28% 증가한 운송비를 많이 벌기 위해서 과적, 과속, 오버 워킹을 했을 것이다라는 합리적 결론에 도달합니다.

 

물론 이에 대한 반발도 있습니다. 사업기간 3년 중 2년의 통계이기 때문에 이것으로 늘었다 줄었다 추세판단을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반발입니다.

 

안전운임제 연장?

이러한 반발에 정부는 한발 더 물러났습니다. 통계를 납득하지 못하겠다면 한 턴을 더 해보자라는 것입니다. 3년을 연장하면 마지막 해 빼고 5년 치의 통계(2020년 ~ 2022년 + 2023년 ~ 2024년)가 나올 테니 정확한 효과 분석을 할 수 있겠지 않냐는 제안입니다.

 

하지만 화물연대는 연장 같은 것은 필요 없고 지금 제도가 충분히 효과 있으니 일몰제를 폐지하고 쭉 연장하자는 입장입니다.

 

 

 

앞으로의 정부 입장

정부는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어떤 나라의 어떠한 정부도 물러설 수 없습니다. 화물이 충분할 때는 문제가 없습니다. 화물차 운전자들은 시장에 의해 올라간 운송료를 받으며 행복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화물이 부족할 때 생기기 마련입니다. 화물이 적고 화물차가 많으면 경쟁시장에 의해 운송비가 내려가게 됩니다. 하지만 안전운임제라는 최저 지지선이 있으면 운송비는 일정 금액 이하로 내려갈 수가 없습니다. 원래는 화물 10개에 화물차 12대면 최저 입찰한 10대가 화물을 싣고 갑니다.

 

하지만 지금은 최저 입찰이 아닌 운송비는 같은데 2대는 놀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이 2대는 과연 누가 정할 수 있을까요? 즉, 누군가가 일자리를 통솔할 수 있는 배정권이 생깁니다. 이 배정권은 권력이 됩니다.  일거리를 주고 뺏고 할 수가 있으니까요.

 

이 배정권은 누가 가지게 될까요? 정부에서 가장 우려하는 점은 배정권을 가진 사업자단체가 노조화되는 것입니다. 정부가 여기서 화물연대 요구를 모두 들어주게 되면 국가 물류망 전체가 특정 단체에 떨어지게 되는 거고 그다음부터는 협상력을 아예 상실하게 됩니다.

 

이렇게 안보와 경제권을 개인에게 넘겨줄 정부는 어디에도 없기 때문에 이번 협상을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을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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